우울성 성격 Depressive Personality
우울성 성격을 가진 분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울성 성격을 가진 분들의 속 마음을 세 가지 서로 다른 시각에서 – (1) 절친, 연인, 배우자, 부모 등의 중요한 타인이 생각하는 내 마음, (2) 나만 아는 내 속마음, (3)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 깊은 곳의 마음. – 바라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그녀)가 생각하는 내 마음은,
“참 여리고 순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에요. 좀처럼 남을 불편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지 않아요. 경쟁심, 시기, 질투를 찾아볼 수 없어요. 그런데 매사에 너무 진지하고 걱정이 많아요. 염세주의에 빠져 있다고 해야 할까요. 뭐든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만 아는 내 속마음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저보다 강하고, 똑똑하고, 유능한 것 같아요. 다들 혼자 알아서 하고, 누가 뭐라든 신경쓰지 않고, 결과가 어떠하건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나약하고, 어리숙하고, 무능해서 늘 자신감이 없고 위축되어 있어요. 혼자 알아서 해야할 때가 가장 힘들어요. 남들에게는 작은 일이 저에게는 모두 다 크고 무겁게 느껴져요. 남들은 하고 싶은 게 많아보이던데 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몰라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탈이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지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신이 없어요. 그래서 머뭇거리고 주저하면, 그래서 또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싫어할까봐 걱정이에요. 항상 뭔가가 잘못될 것 같은 불안과 그래서 긴장을 풀지 말고 똑바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서 버둥거리다가 지치면 무기력해져요. 희망이라는 단어를 볼 때 절망을 느껴요. 사람들이 희망을 나눌 때 저는 소외감에 빠져요.”
그(그녀)가 생각하는 내 마음은,
“거부나 거절은 잘 못하고 대체로 순종만 하는 편이예요. 내가 요구하지 않는 것까지 혼자 눈치껏 알아서 살펴주고 들어주고 맞춰주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의 레이더는 저에게 온통 집중되어 있다고 할까요. 너무 편하고 고마운데, 그래서 좀 미안하고 솔직히 불편하기도 해요. 자기는 바라는 게 없고 제가 바라는 걸 다 맞춰주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 사람이 무엇으로 흡족해하고 무엇에 실망할 지를 잘 모르겠어요. 말을 해주지 않으니까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막상 물어보면 자기도 자기가 뭘 바라는지 모른대요. 내가 뭘 해주면 자신이 행복할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자기에게 실망하지 않으면 자기가 안심을 한대요. 그럼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 싶어요. 이 사람이 나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내가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만약 내가 이 사람을 외면하거나 거부하거나 떠나기라도 하면 이 사람이 와르르 무너질거라는 건 알겠어요. 이 사람의 속마음이 보이지 않아요.”
나만 아는 내 속마음은,
“불행이 없는 게 행복이고, 좌절이 없는 게 만족이고, 갈등이 없는 게 평온함인 것 같아요. 그저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어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는 게 제가 바라는 전부예요. 혼자 남겨지는 게 가장 끔찍한 불행인 것 같아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면 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일이 절망으로 보이고, 모든 사람들이 위협으로 보여요. 그래서 누군가를 실망시키거나 갈등을 빚는 게 가장 무서워요. 실망은 갈등을 빚고, 갈등은 버려짐의 이유가 되잖아요.”
“내가 뭘 원하는지 또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물으면 머리가 하얘져요. 지금 갈등이 있다면 갈등이 풀리는 걸 원하고, 지금 좌절하고 있다면 일이 풀리기를 바라죠. 그런데 지금 나쁜 일이나 문제가 없는데, 나를 행복하게 할 만한 무언가를 바라고 말한다는 건 왠지 주제 넘거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분수를 모르고 감사할 줄 모르니까 현재에 만족을 못하는 거잖아요.”
그(그녀)가 생각하는 내 마음은,
“좀처럼 남에게 실망하거나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이에요. 저에게도 그랬어요. (사귀고 나서, 또는 결혼하고 나서 일정 기간이 지나간 후로) 그런데 언젠가부터 저에게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 경우가 생기더니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때로는 저렇게 화를 내다가 이 사람이 정신적으로 비뚤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격해지기도 해요. 평소에 유순하고 순종적인 건 그대로예요. 그런데 뭔가 서운한 거나 또는 실망한 게 쌓여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해요. 억지로 생떼를 쓰듯이 화를 내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내가 자기를 별 것 아닌 사람으로 취급을 했다는 것 같아요. 자기를 외면하거나 무시한다는 거죠. 이 사람은 가까이 지내는 다른 관계가 없고 오직 저에게만 집중을 하니까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사람들에게 매우 순하고 친절하긴 한데 사람들을 좀 기피하거나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람들이 버겁대요. 자주 만나거나 긴 시간을 함께 하면 진이 빠진대요. 그런데 관심과 애정에 대한 욕구는 강해요. 그러니까 저에 대한 의존이 크고 그런 만큼 저에게 서운하거나 실망하는 일이 많은 것 아닐까요.”
나만 아는 내 속마음은,
“극단으로 치닫지 말아야겠다고 늘 다짐을 해요.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저를 보면서 그(그녀)가 지쳐가는 것도 이해가 돼요.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제가 화를 안 낼 수 있게 될지 몰라서 더 답답할 거예요. 그건 저도 모르니까 저도 너무 답답해요. 이런 나를 책임져야하는 그(그녀)가 불쌍해요. 그래서 제가 더 미워져요. 도무지 답이 없는 구제불능 같아서 싫어져요. 뜻대로 되지 않아서 무기력해져요. 제가 저를 놓아버리고 싶어져요. 평소에 너무 기대지 않으려고 애를 써요. 모든 걸 독립적이고 자립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다짐을 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사람이 나를 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기대지 않으려고 내가 열심히 버티고 있는데 이 사람이 편해보일 때, 제 마음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이럴거면 떠나주는 게 맞나 싶어요. 내가 없어야 행복하다면 내가 왜 곁에서 치근덕거릴까 싶어요. 그때쯤이면 제가 이미 화를 내고 있어요. 무서워서 울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화를 내고 있어요. 제가 언제 이랬었나 싶어요. 낯선 모습이에요. 그런데 제어가 되지 않아요. 그러고 나면 자괴감이 몰려와요. 두려움이 극으로 올라가요. 제가 너무 초라해요. 제 존재가 그에게 민폐 같아요. 이러면서 왜 사나 싶어요.”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 깊은 곳의 마음은,
“저는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이 어떤 건지 몰라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듬직한 존재가 나의 수호천사처럼 매 순간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초대받지 못한 느낌, 소외된 느낌, 붕 떠서 부유하는 느낌 때문에 늘 안절부절 했어요. 누구라도 날 바라봐주고, 누군가가 날 불러주기를 애타게 갈망했어요. 내가 환영받고 있다고, 누군가가 날 지켜주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 순간들은 있었겠지만 제 자신을 속이고 달래기 위해 억지로 믿는 것 같아요. 마음 속 깊은데서는 한 눈 팔면 날아가버릴까, 나쁜 생각을 하면 거부당할까, 내 멋대로 굴면 소외당할까 불안해서 항상 숨 죽이고 조심해야만 했어요.”
“숨 죽인 살얼음판 위의 긴장이 너무 초조하지만 너무 익숙해서 내 집처럼 느껴져요. 너무 무섭지만 마구 울지 못했어요. 항상 누가 볼까, 누가 들을까, 숨 죽인 채 조용히 눈물만 떨구었어요. 꺼이꺼이 소리를 내본 적도 없어요. 환영받지 못한 불청객이라, 존재를 들키면 싸늘한 조롱을 받고 쫓겨날 것 같아서, 장롱 속에 숨어들어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살았어요. 드러나지 않게, 거슬리지 않게, 있어도 없는 것처럼. 존재가 드러났을 때는 더 숨을 죽이고 눈치를 살폈어요. 거슬리지 않게, 시선이 내게 집중되지 않게, 흠 잡히지 않도록. 그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게 좋은 하루였어요. 그러면서도 늘 간절히 갈망했었나봐요, 누군가 날 봐주기를. 모순이죠. 시선이 내게 꽂힐까봐 무서운데 막상 아무도 날 거들떠보지 않으면 서러워서 못 견디는 거죠. 그래서 흠 잡히지 않도록 노력하는가봐요. 그의 마음에 들 때까지 노력하면 언젠가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지 않을까 소망하는가봐요. 그렇게 애처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나봐요, 숨 죽이고 숨어 있으면서도 누가 날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일시적으로 우울한 무드에 빠졌음을 뜻하는 ‘우울증’과 달리 ‘우울성 성격’이란 것은 일종의 만성적으로 패턴화된 성격을 말합니다.
욕구가 간절한데 행여 좌절이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할 때는 불안한 감정에 빠집니다. 그런데, 욕구가 좌절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불안은 없어지고 대신 실망과 좌절감을 느낍니다. 이때 욕구 좌절의 원인이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분노를, 상황 탓이라고 느끼면 신세 한탄과 함께 억울함을, 자신이 못난 탓이라고 느끼면 자책과 낙담에 빠집니다. 그리고 미래를 가만히 내다볼 때 아무래도 이런 욕구 좌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느끼면, 특히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할 힘이 없다고 느끼면, 그래서 미래가 어둡게 느껴지면 우울이라는 감정에 빠집니다.
만약 어려서부터 타인이나 상황을 탓하는 것이 힘들었다면, 서운함이나 화를 표현하는 게 두려웠다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려 할 때마다 이상한 죄의식에 사로잡혀야 했다면, 그래서 원망이나 분노를 느껴야할 때마다 자기 탓을 하면서 방어해왔다면, 나아가서 차라리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감추면서 타인의 눈치를 살피고 맞추는데 집중해왔다면, 우울성 성격에 젖어들 수 있습니다.
우울성 성격 또한 ‘정서조절장애 Emotion Dysregulation Disorder’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정서 조절에 취약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야 마땅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표현하도록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슬픔, 화, 수치감, 죄책감, 불안 등의 감정에 대한 감내력이 부족합니다. 자신의 내면에 발달한 심리 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서를 비로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배우고 익히면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고, 버겁게만 느꼈던 감정이 삶의 재미와 활력이 됩니다. 사실상 남들은 자신처럼 감정을 버거워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과 더불어서 자신 또한 잃었던 본성의 순리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치료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지는 않습니다.
매주 한 시간씩 상담 치료를 하면서 적어도 1-2년, 보통 3-4년, 길어지면 5년 이상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빠르면 수개월 또는 1년만 지나도 감정 조절이 조금씩 되기 시작하니까 그래도 초조함과 막막함은 줄고, 이대로 꾸준히 진행하면 뭔가 크고 바람직한 변화가 생길 것 같다는 희망이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그런 상태로 2-3년 째를 지나갈 때에는 치료 진행 과정에서 마음이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치료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누구나 말이 되는 노력을 쌓으면 말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자명합니다. 문제가 발달한 원인과 치유가 되어가는 원리를 정확히 알고 적용하는 만큼, 딱 그 만큼씩 나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울성 성격을 가진 분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어떤 활동에서건 남들 만큼 자연스럽게 기쁨, 즐거움, 활기, 흥미를 느끼지 못함
- 슬픔, 죄책감, 수치감, 부적절감, 불안 등의 감정을 남들보다 유난히 고통스럽게 경험함
- 자신의 재능, 노력, 성취 등으로 인한 자부심을 잘 느끼지 못하는 반면, 작은 일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부족하고 불안이 커서 쉽게 위축이 됨
-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거절, 거부, 무시, 외면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강해서 자신의 욕구, 감정, 의견 등의 표현이 매우 억제되어 있음
- 타인에 대한 서운함, 원망, 분노 등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매우 불편해하며 습관적으로 억제함
- 일이나 관계가 조금만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도 자책과 자기 비난의 늪에 쉽게 빠짐
우울성 성격을 가진 분들의 속 마음을 세 가지 서로 다른 시각에서 – (1) 절친, 연인, 배우자, 부모 등의 중요한 타인이 생각하는 내 마음, (2) 나만 아는 내 속마음, (3)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 깊은 곳의 마음. – 바라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그녀)가 생각하는 내 마음은,
“참 여리고 순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에요. 좀처럼 남을 불편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지 않아요. 경쟁심, 시기, 질투를 찾아볼 수 없어요. 그런데 매사에 너무 진지하고 걱정이 많아요. 염세주의에 빠져 있다고 해야 할까요. 뭐든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만 아는 내 속마음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저보다 강하고, 똑똑하고, 유능한 것 같아요. 다들 혼자 알아서 하고, 누가 뭐라든 신경쓰지 않고, 결과가 어떠하건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나약하고, 어리숙하고, 무능해서 늘 자신감이 없고 위축되어 있어요. 혼자 알아서 해야할 때가 가장 힘들어요. 남들에게는 작은 일이 저에게는 모두 다 크고 무겁게 느껴져요. 남들은 하고 싶은 게 많아보이던데 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몰라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탈이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지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신이 없어요. 그래서 머뭇거리고 주저하면, 그래서 또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싫어할까봐 걱정이에요. 항상 뭔가가 잘못될 것 같은 불안과 그래서 긴장을 풀지 말고 똑바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서 버둥거리다가 지치면 무기력해져요. 희망이라는 단어를 볼 때 절망을 느껴요. 사람들이 희망을 나눌 때 저는 소외감에 빠져요.”
그(그녀)가 생각하는 내 마음은,
“거부나 거절은 잘 못하고 대체로 순종만 하는 편이예요. 내가 요구하지 않는 것까지 혼자 눈치껏 알아서 살펴주고 들어주고 맞춰주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의 레이더는 저에게 온통 집중되어 있다고 할까요. 너무 편하고 고마운데, 그래서 좀 미안하고 솔직히 불편하기도 해요. 자기는 바라는 게 없고 제가 바라는 걸 다 맞춰주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 사람이 무엇으로 흡족해하고 무엇에 실망할 지를 잘 모르겠어요. 말을 해주지 않으니까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막상 물어보면 자기도 자기가 뭘 바라는지 모른대요. 내가 뭘 해주면 자신이 행복할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자기에게 실망하지 않으면 자기가 안심을 한대요. 그럼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 싶어요. 이 사람이 나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내가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만약 내가 이 사람을 외면하거나 거부하거나 떠나기라도 하면 이 사람이 와르르 무너질거라는 건 알겠어요. 이 사람의 속마음이 보이지 않아요.”
나만 아는 내 속마음은,
“불행이 없는 게 행복이고, 좌절이 없는 게 만족이고, 갈등이 없는 게 평온함인 것 같아요. 그저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어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는 게 제가 바라는 전부예요. 혼자 남겨지는 게 가장 끔찍한 불행인 것 같아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면 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일이 절망으로 보이고, 모든 사람들이 위협으로 보여요. 그래서 누군가를 실망시키거나 갈등을 빚는 게 가장 무서워요. 실망은 갈등을 빚고, 갈등은 버려짐의 이유가 되잖아요.”
“내가 뭘 원하는지 또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물으면 머리가 하얘져요. 지금 갈등이 있다면 갈등이 풀리는 걸 원하고, 지금 좌절하고 있다면 일이 풀리기를 바라죠. 그런데 지금 나쁜 일이나 문제가 없는데, 나를 행복하게 할 만한 무언가를 바라고 말한다는 건 왠지 주제 넘거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분수를 모르고 감사할 줄 모르니까 현재에 만족을 못하는 거잖아요.”
그(그녀)가 생각하는 내 마음은,
“좀처럼 남에게 실망하거나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이에요. 저에게도 그랬어요. (사귀고 나서, 또는 결혼하고 나서 일정 기간이 지나간 후로) 그런데 언젠가부터 저에게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 경우가 생기더니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때로는 저렇게 화를 내다가 이 사람이 정신적으로 비뚤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격해지기도 해요. 평소에 유순하고 순종적인 건 그대로예요. 그런데 뭔가 서운한 거나 또는 실망한 게 쌓여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해요. 억지로 생떼를 쓰듯이 화를 내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내가 자기를 별 것 아닌 사람으로 취급을 했다는 것 같아요. 자기를 외면하거나 무시한다는 거죠. 이 사람은 가까이 지내는 다른 관계가 없고 오직 저에게만 집중을 하니까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사람들에게 매우 순하고 친절하긴 한데 사람들을 좀 기피하거나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람들이 버겁대요. 자주 만나거나 긴 시간을 함께 하면 진이 빠진대요. 그런데 관심과 애정에 대한 욕구는 강해요. 그러니까 저에 대한 의존이 크고 그런 만큼 저에게 서운하거나 실망하는 일이 많은 것 아닐까요.”
나만 아는 내 속마음은,
“극단으로 치닫지 말아야겠다고 늘 다짐을 해요.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저를 보면서 그(그녀)가 지쳐가는 것도 이해가 돼요.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제가 화를 안 낼 수 있게 될지 몰라서 더 답답할 거예요. 그건 저도 모르니까 저도 너무 답답해요. 이런 나를 책임져야하는 그(그녀)가 불쌍해요. 그래서 제가 더 미워져요. 도무지 답이 없는 구제불능 같아서 싫어져요. 뜻대로 되지 않아서 무기력해져요. 제가 저를 놓아버리고 싶어져요. 평소에 너무 기대지 않으려고 애를 써요. 모든 걸 독립적이고 자립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다짐을 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사람이 나를 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기대지 않으려고 내가 열심히 버티고 있는데 이 사람이 편해보일 때, 제 마음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이럴거면 떠나주는 게 맞나 싶어요. 내가 없어야 행복하다면 내가 왜 곁에서 치근덕거릴까 싶어요. 그때쯤이면 제가 이미 화를 내고 있어요. 무서워서 울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화를 내고 있어요. 제가 언제 이랬었나 싶어요. 낯선 모습이에요. 그런데 제어가 되지 않아요. 그러고 나면 자괴감이 몰려와요. 두려움이 극으로 올라가요. 제가 너무 초라해요. 제 존재가 그에게 민폐 같아요. 이러면서 왜 사나 싶어요.”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 깊은 곳의 마음은,
“저는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이 어떤 건지 몰라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듬직한 존재가 나의 수호천사처럼 매 순간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초대받지 못한 느낌, 소외된 느낌, 붕 떠서 부유하는 느낌 때문에 늘 안절부절 했어요. 누구라도 날 바라봐주고, 누군가가 날 불러주기를 애타게 갈망했어요. 내가 환영받고 있다고, 누군가가 날 지켜주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 순간들은 있었겠지만 제 자신을 속이고 달래기 위해 억지로 믿는 것 같아요. 마음 속 깊은데서는 한 눈 팔면 날아가버릴까, 나쁜 생각을 하면 거부당할까, 내 멋대로 굴면 소외당할까 불안해서 항상 숨 죽이고 조심해야만 했어요.”
“숨 죽인 살얼음판 위의 긴장이 너무 초조하지만 너무 익숙해서 내 집처럼 느껴져요. 너무 무섭지만 마구 울지 못했어요. 항상 누가 볼까, 누가 들을까, 숨 죽인 채 조용히 눈물만 떨구었어요. 꺼이꺼이 소리를 내본 적도 없어요. 환영받지 못한 불청객이라, 존재를 들키면 싸늘한 조롱을 받고 쫓겨날 것 같아서, 장롱 속에 숨어들어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살았어요. 드러나지 않게, 거슬리지 않게, 있어도 없는 것처럼. 존재가 드러났을 때는 더 숨을 죽이고 눈치를 살폈어요. 거슬리지 않게, 시선이 내게 집중되지 않게, 흠 잡히지 않도록. 그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게 좋은 하루였어요. 그러면서도 늘 간절히 갈망했었나봐요, 누군가 날 봐주기를. 모순이죠. 시선이 내게 꽂힐까봐 무서운데 막상 아무도 날 거들떠보지 않으면 서러워서 못 견디는 거죠. 그래서 흠 잡히지 않도록 노력하는가봐요. 그의 마음에 들 때까지 노력하면 언젠가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지 않을까 소망하는가봐요. 그렇게 애처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나봐요, 숨 죽이고 숨어 있으면서도 누가 날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일시적으로 우울한 무드에 빠졌음을 뜻하는 ‘우울증’과 달리 ‘우울성 성격’이란 것은 일종의 만성적으로 패턴화된 성격을 말합니다.
욕구가 간절한데 행여 좌절이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할 때는 불안한 감정에 빠집니다. 그런데, 욕구가 좌절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불안은 없어지고 대신 실망과 좌절감을 느낍니다. 이때 욕구 좌절의 원인이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분노를, 상황 탓이라고 느끼면 신세 한탄과 함께 억울함을, 자신이 못난 탓이라고 느끼면 자책과 낙담에 빠집니다. 그리고 미래를 가만히 내다볼 때 아무래도 이런 욕구 좌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느끼면, 특히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할 힘이 없다고 느끼면, 그래서 미래가 어둡게 느껴지면 우울이라는 감정에 빠집니다.
만약 어려서부터 타인이나 상황을 탓하는 것이 힘들었다면, 서운함이나 화를 표현하는 게 두려웠다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려 할 때마다 이상한 죄의식에 사로잡혀야 했다면, 그래서 원망이나 분노를 느껴야할 때마다 자기 탓을 하면서 방어해왔다면, 나아가서 차라리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감추면서 타인의 눈치를 살피고 맞추는데 집중해왔다면, 우울성 성격에 젖어들 수 있습니다.
우울성 성격 또한 ‘정서조절장애 Emotion Dysregulation Disorder’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정서 조절에 취약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야 마땅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표현하도록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슬픔, 화, 수치감, 죄책감, 불안 등의 감정에 대한 감내력이 부족합니다. 자신의 내면에 발달한 심리 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서를 비로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배우고 익히면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고, 버겁게만 느꼈던 감정이 삶의 재미와 활력이 됩니다. 사실상 남들은 자신처럼 감정을 버거워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과 더불어서 자신 또한 잃었던 본성의 순리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치료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지는 않습니다.
매주 한 시간씩 상담 치료를 하면서 적어도 1-2년, 보통 3-4년, 길어지면 5년 이상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빠르면 수개월 또는 1년만 지나도 감정 조절이 조금씩 되기 시작하니까 그래도 초조함과 막막함은 줄고, 이대로 꾸준히 진행하면 뭔가 크고 바람직한 변화가 생길 것 같다는 희망이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그런 상태로 2-3년 째를 지나갈 때에는 치료 진행 과정에서 마음이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치료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누구나 말이 되는 노력을 쌓으면 말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자명합니다. 문제가 발달한 원인과 치유가 되어가는 원리를 정확히 알고 적용하는 만큼, 딱 그 만큼씩 나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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